[펌] 장정일의 책 속 이슈 - 부정의 교육이 부르는 심신의 병

장정일의 책 속 이슈 - 부정의 교육이 부르는 심신의 병

사랑의 매는 없다, 앨리스 밀러 지음·신홍민 옮김/양철북·1만원


체벌 문제는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하는 논쟁 가운데 하나이지만, 서양이라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난 것은 아니다. 2000년 9월, 독일 연방의회는 교사만 아니라 친부모들의 체벌권마저 단호히 박탈했지만, 똑같은 시기에 미국의 23개 주에서는 여전히 교사의 체벌을 허용한다. 또 비슷한 시기의 어떤 보고서는 프랑스의 부모 80%가 육체적 폭력을 교육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폭로한다. '너 더 잘되라'는 뜻에서 행해진다는 체벌. 과연 그럴까?

 유교문화권엔 체벌을 미화하는 가르침이 허다하다. 미운 자식에겐 떡을 더 주고(多與食), 예쁜 자식에겐 매를 아끼지 말라(多與棒)는 <명심보감>의 말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앨리스 밀러의 <사랑의 매는 없다>(양철북, 2005)를 보면, 체벌을 옹호하는 서양의 전통도 만만찮다. 특히 온통 남성 필자들이 쓴 성서가 그렇다.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가 받아들이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라 하였으니 너희가 참음은 징계를 받기 위함이라. 하나님이 아들과 같이 너희를 대우하시나니 어찌 아버지가 징계하지 않는 아들이 있으리요. 징계는 다 받는 것이거늘 너희에게 없으면 사생자요 친아들이 아니니라."(히브리서 12: 6~8) 사도 바울이 말한 것은 '징벌을 견디는 능력이, 하느님의 서자가 아닌 친자라는 믿음을 준다'는 거였다. 이건 마치 사도마조히즘 강령 같지만, 저 징벌 예찬론은 서구 문화의 기반이 된 유대-기독교 교육론의 작은 일부일 뿐이다. 창세기 첫머리에 나오는 금지된 선악과의 예가 가르쳐 주듯이, 유대-기독교의 교육론은 긍정이 아닌 '부정의 교육'에 기초한다.

 체벌은 부정의 교육이 애용하는 수단이며, 아이를 '나(신아버지교사)와 똑같이' 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자 행해진다. 그런데 체벌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한다. 바로 이 부분을 증명하는 게 <사랑의 매는 없다>의 대강이고 세부다. 철학·심리학·사회학을 공부하고 마지막엔 정신과 의사가 된 지은이의 임상적 관찰은, 어릴 때 받은 모욕과 수시로 당했던 체벌 그리고 성폭행 경험은 그 아이가 자란 뒤에 파괴적인 인격장애와 함께 다양한 육체적 병을 부른다고 알려 준다.

 지은이는 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정치가나 예술가의 전기적 사실을 탐문하는 한편,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들의 사례를 든다. 두 연구 방법을 통해 지은이가 추출했던 중요 개념이 '간접적 보호자'다. 아버지에게 억압당했던 도스토옙스키에겐 있었지만 히틀러나 스탈린에겐 없었던 그것. 간접적 보호자란 학대받는 어린아이를 편드는 사람으로, 어린이 주변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될 수 있다. 간접 보호자는 폭력에 노출된 아이에게 '너는 나쁜 아이가 아니며, 보살핌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자긍심을 갖게 한다. 길가에 쪼그리고 우는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폭행을 당하는 어린이에게 간접 보호자가 필요하듯, 학대당한 아이가 자라서 필요한 게 '전문가 증인'이다. 정신분석의나 심리치료사가 그들인데, '부모를 공경하라'는 십계명의 네번째 계명을 받드는 프로이트의 남근적 제자들은 임상 시에 철저히 중립을 지키거나, 부정적 부모상을 상쇄시킬 긍정적 부모상을 찾아내 화해하길 권고함으로써,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환자에게 육체적 병마저 불러 안긴다. 서구사회와 정신의학계를 지배하는 네 번째 계명이 흥미로우면, 같은 지은이의 <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양철북, 2006)을 더 보시면 된다.

한겨레 2010년 08월 14일자 (13 면 [책과 생각])

by shotgunlee | 2010/08/25 20:21 | 과학, 인지심리학 | 트랙백(1)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shotgunlee.egloos.com/tb/1056239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각자저자 at 2010/08/26 00:28

제목 :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펌] 장정일의 책 속 이슈 - 부정의 교육이 부르는 심신의 병 -&gt; 인간은 칭찬을 먹고 자라야 한다!인간 존재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참고하기 위해서 링크를 걸어놓은 것이다.인간은 본래 정신적인 존재이다.그것은 무슨 의미이냐. 위대한 정신을 가진 존재로.... (손님이 오셔서 다음에... 00:28)...more

Commented by 모모 at 2010/08/25 20:27
이게 왜 과학밸리에 발행된 건가요? ;;
Commented by shotgunlee at 2010/08/26 09:12
심리학 관련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